역린 0




역린을 보았다.

같이 본 지인은 '제작비를 많이 쓴 다모'라고 평했다. 나는 다모를 단 1초도 본 적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끄덕했고, 곧 폭풍같이 영화를 까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가득 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 영화의 단점을 나열하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가장 치명적인 점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재규 감독이 관객들을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생각하고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현재 지구상의 대부분의 영화 감독들에게 크리스토퍼 놀란, 폴 그린그래스, 리들리 스콧 뭐 이런 감독들의 영향력은 그들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럼 뭐라도 배운 게 있을 것이 아닌가? 특히나 놀란 감독은 관객들을 존중하는 영화를 만든다. 당신들의 뛰어난 지성으로 저의 영화를 봐주시면 고맙겠어요. 간만에 머리를 좀 써주세요,라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주는 점에 나는 아주 감사하고 있다.

정조 암살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이렇게나 뛰어난 배우들을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안일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지 그게 더 신기할 따름이다.

역린을 보면서 생각한 몇 가지 의문점들.

*시나리오는 발로 썼나?

대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이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라면 시나리오를 읽다가 기가 막혀서 코웃음을 쳤을 듯. 시나리오 작업하는데 한 2시간 걸린 듯 싶다. 몇 개월 동안 고생고생해서 썼다면 그게 더 문제고. 제작자들은 초등학생 마인드인가? 아니 어떻게 2014년에 이런 대사와 플롯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그걸로 영화를 찍을 수가 있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놀란 감독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적어도 [혈의 누] 정도의 분위기와 고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 해지뫄!

1. 회상씬 넣지뫄!! 해지뫄!!! 
아역들이 나오는 회상씬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걸 넣어서 무슨 감정을 쌓길 바랐는지 역시 이해를 못 하겠군. 뭐 특별히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야. 등장인물 간의 끈끈한 정을 묘사하고 싶었다면, 그냥 현재 상황에서 표현해주면 될 일이다. 그리고 정재영과 조정석이 일종의 형제 관계라는 설정은 없어도 되었다고 본다.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 
약 하루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길래 오오 24같은 느낌인건가? 아주 긴박한 스릴러 느낌의!! 하고 기대했는데, 회상씬이 나오는 순간부터 패닉 상태에 빠졌고 몇몇 장면에서는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니야, 이건 꿈이야 ㅠㅜ 

2. "형...!! 동생아...!!!" 해지뫄!!! 해지뫄!!!!! 조정석과 정재영이 설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설마!! 서로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어쩌고 하다가 결국 같이 피눈물을 흘리며 죽고 이런 건 아니겠지? 지금은 2014년이야!! 그, 그럴리가 없어!!!라고 초반에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3, 해지뫄!! 연애질 해지뫄!!! "여자를 건들면... 죽이겠다" 이게 뭐여 지금 장난해? 이때부터 '시나리오 발로 집필'이라는 이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 

* 한지민의 컨셉은 양귀비인가?

처음에 그녀가 대사하는 목소리를 듣고, 마시던 사이다를 뿜을 뻔했다. 그리고 그 손!은 뭐야 개야? 못된 여자를 표현하기 위해 교태 가득한 표독한 눈빛에 간드러진 목소리로 연기하는 톤을 잡은 거 같은데 완전히 판단 미스였다. 캐스팅이 문제가 아니라, 겨우 그 정도 수준으로 캐릭터를 잡고(이건 연기를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나도 제일 처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걸 감독이 오케이했다는 것이 진짜 문제임. 어쩌면 감독이 한지민의 안티일지도... 지민씨 잘 생각해봐요. 뭐 잘못한거 없나. 
아니 한지민이 이렇게 연기를 발로 하는 배우였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한지민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군. 원래 못하는 건데 내가 이번에 알게 된건지, 잘하는데 역린에서 삽질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 고증이라는 단어를 모르나?

감독이 다른 사극을 안 봤나? 자기 것만 해서 모르나?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현대적인 표현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대사를 그렇게 썼다고 한다면, 그건 그냥 귀찮아서 대충 썼어요,라는 의미로 읽힌다. 대충 만들어도 정도가 있지, 뭐하는 짓이야?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또 분노가 치민다.  조선 배경의 영화들만 쭉 봐도 정말 민망해서 이렇게 대사는 못 쓸 거 같다. 아니 그리고 임금이 왔는데 말에서 안 내려? 어명을 막 그냥 받어? 불렀는데 안 와?? 무슨 설정을 이렇게 잡았어? 이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뭘 모르는 건가? 아니 회사 부장님이 들어와도 벌떡 일어나는데 말야. 당장 유부장님을 보라고!! 의문점은 점점 많아진다...

* 조정석은 결국 젓가락질만? 

조선 최대의 살수라는데, 인상깊었던 건 역시 젓가락질. 우리 모두 젓가락질을 열심히..

* 송영창은 그렇게 쉬운 남자였나?

너무 쉽게 넘어갔다. 끝까지 발악하다가 현빈에게 모두 다 죽임을 당할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깊이를 보여줬던 캐릭터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건 뭐 깐죽대면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가 갑자기 충성을 보여주니 황당해서 크헝, 하고 웃어버림. 

* 내가 지금 교훈을 얻자고 이 영화를 보고 앉았나? 

[광해] 때문에 그런가 자꾸 관객들을 가르치려고 든다. 이봐요, 누가 몰라?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영화보러 왔냐고. 아놔 진짜... 그런건 구구절절 말로 표현하는게 아니라, 인물의 행동과 성격과 극중의 사건으로 묘사하는 거라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엄청난 깨달음을 준단 말입니다. 

그나마 나았던 점. 

현빈과 그의 의상. 임금님 옷은 참 정갈하니 매력적이더구만. 의상 하나는 괜찮았다. 그리고 무관들이 입는 허리 꽉 조이는 까만 군복 그거 너무 섹시함. 핡...

현빈 연기가 별로라고 해서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가, 그가 표현한 정조는 의외로 꽤 괜찮았다. 물론 그가 핸섬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ㅋ

역시 조재현, 정재영, 송영창, 김성령, 박성웅. 그래도 이 영화 살려보겠다고 독기를 품고 연기한 게 아주 잘 보였다. 감사합니다. 제 2시간을 그나마 즐겁게 만들어주셨어요. 앞으로도 영화 많이 많이 출연해주세요. 제대로 된 시나리오라면 더더욱 꼭 출연해주세요.

약간 아쉬운 조정석. 아주 매력적인 배우라 기대가 많았는데, 연기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시나리오 때문에 캐릭터가 아주 애매해진 것 같다. 그니까 쓸데없는 애정씬 넣지 말라고! 씬 낭비하지 말란 말이다!!

영화 후반부의 액션씬도 나쁘지 않았는데, 지인에 의하면 [다모]랑 똑같다고... 스케일만 좀 커진 다모. 
"그거 막 지붕에 붙어있고 이런 거 다모에 다 나왔어!" 음 그렇구나...

그래도 현빈이 활쏘는 장면은 긴박했다. 와 각도나오대...

사실 더 많이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서 막 뒤죽박죽으로 썼다. 한참 귀찮아서 이글루스 영화 포스팅 안하고 있었는데, 이 새벽에 소주 1병 반 마시고 글 올리게 만드는 역린. 

그래도 임금님 의상은 좋았어요. 활쏘기 경연할 때 입었던 블랙 앤 화이트 이뻤어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역시 남자는 허리가 강조되는 옷을 입어야 태가 나더군요. 덕분에 2시간 동안 눈호강했습니다. 의상팀과 남자 배우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이틀 동안 본 영화들 0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이틀 내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서 티비를 보거나(엑스멘 퍼클이 케이블에서 방송시작!! 이제 한 달 동안 15번은 보겠군), 쟁여 놓고 보지 않은 미드와 영화, 밀린 만화책을 섭렵하며 휴일을 보냈다. 절대 씻지 않았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내 방에서 냄새난다고 하심...
 
금-토 이틀에 걸쳐 본 영화는 타란티노의 신작 [장고-분노의 추적자], 올리버 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 벤 애플렉의 [타운], 임권택의 [노는 계집 창], 매튜 본의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 등인데, 각각 영화는 정말이지 모두 다 탁월했다.

타란티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고 좋아라하는 감독이라 이번 작품인 [장고] 역시 좋았는데, [바스터즈]에서 정말 사악하디 사악한 나치 장교로 나왔던 크리스토프 왈츠 아저씨가 굉장히 멋지게 나와서 괜히 뿌듯했으며, 제이미 폭스는 "Hello, troublemaker"라는 대사 한 줄에 하트 뿅뿅. 무척 기대했던 악역의 레오는 생각보다 걍 그랬다. 외모가 먹고 들어가서 그런가 못난 짓 해도 멋지던데 이걸 어쩔...
 
[애니 기븐 선데이]는 예전부터 봐야지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봤는데, 아 진짜 오줌 질질 싸며 보겠더라. 미식 축구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나조차도 심장이 벌렁벌렁 하면서 경기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봤는데, 아 이거 정말 엄청난 스포츠 영화다. 보통 미식 축구의 경기 클리셰는 한 번의 터치 다운과 그로 인한 역전! 우승하거나 플레이오프 진출하고 막 울고 뭐 이런 건데 이 영화 역시 비슷하긴 한데 전혀 다르다. 1초, 1초, 그 선수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대단한 울림을 만든다. 이제까지 좋아하는 스포츠 영화는 [블라인드 사이드] [제리 맥과이어] 정도를 꼽았다면(엄밀히 말하면 스포츠에만 국한된 영화는 아니지만. 아 그리고 [머니볼]도 좋았지), 어제로 [애니 기븐 선데이]를 1빠로 놓을 수 있을 듯. 19세 관람가라 그런지 가감없이 나온다. 모든 것이...
팀내 1,2위 쿼터백의 연이은 부상으로 갑작스레 데뷔한 루키 역할에 또 제이미 폭스가 나오는데 하루에 두번 연속 그의 영화를 볼 줄이야 몰랐다 ㅎㅎㅎ 그는 경기장에서 긴장한 나머지 막 토하고 그러면 또 겁내 잘하는 징크스를 가진 선수였다. 열이 펄펄 끓어도, 설사를 해도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 우리네 월급쟁이들의 애환을 잘 담은...(?) 영화.

벤 애플렉은 이제 알아주는 감독이 되려나보다. [타운]은 그가 주연과 연출을 맡은 작품인데, 보스턴의 은행을 터는 갱들의 이야기다. 그 와중에 자신이 잠시 인질로 잡았던 여자를 풀어준 다음에 감시하면서 결국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남자인데, 엄청난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 벤 애플렉 이 아저씨가 만드는 영화를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엄청 우울하고 막 다 죽고 이럴 줄 알았는데 말야. 아 물론 죽는 캐릭터는 가득하다. 제레미 레너의 못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제레미는 못난이 싸가지 역할할 때는 종종 콧수염을 기르는 듯 한데, 꽤 좋은 분석이다. 진짜 짜증나고 다혈질의 찌질이 같음. 어찌나 폭력적인지 보다가 화났다... 근데 왜 정작 작품상 받은 [아르고]는 그닥 궁금하지 않을까...

[노는 계집 창]은 내가 중학생 때 그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신은경이라는 배우와 임권택 감독이 함께 한 영화인데, 사창가에 흘러 들어온 여자의 삶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도 굉장히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중학생 때는 정말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이 많았다. [비트]라던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던가(장국영 양조위 주연의 이 영화는 '해피 투게더'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개봉했다). 신은경이 맡은 방울이 혹은 영은이라는 캐릭터는 70년대 후반에 사창가에 들어와서 90년대까지 그 세계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매춘을 하게 되고, 우연히 그녀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남자가 그녀가 옮겨다니는 곳을 따라 다니며 그녀를 보살펴준다. 고아였던 그녀의 고향을 찾느라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 그의 업무. 일하는 것은 마치 부업같다.
영화는 중간 중간에 뉴스의 형식을 빌어 시대상을 표현한다. 여공들이 파업을 하다 투신 자살한 사건이라던가, 박정희의 암살이나 88올림픽의 개막식 이런 뉴스들이 영화의 중간중간 나온다.
그녀의 시대는 늘 한결같이 비슷하게 암울하고, 그녀의 삶 역시 한결같이 비슷하게 암울하다. 근데 나이 들었다는 컨셉으로 나오는 후반부의 신은경은 다크 서클만 있지 몸은 너무 예뻐서... 현실감이 떨어졌다 -_-; 엄청 야하면 어떡하나 사실 걱정했는데(혼자 보는데 별걸 다 걱정하고 있다), 별로 그렇진 않고 [비스티 보이즈]를 보면서는 '저게 영화니까 저렇지 실제로는 아닐 거 같은데...?'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정확히 표현은 못하겠으나 뭔가 좀 께름칙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러티브가 짜임새가 있고, 매춘을 하며 서서히 몰락해가는 여자들의 신산한 삶이 너무나도 잘 드러난 수작이었다. 당시의 평이 어땠고 흥행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했던 영화였다.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나오니까 절대 나쁠리 없고 ㅎㅎㅎㅎ 영화관에서 봤을 때 못 보고 놓쳤던 깨알 개그를 다시 보니 아주 재밌었다. 역시나 울버린이 잠시 등장하는 씬의 쾌감은 상당했도다. 대사 역시 막강했도다. 3편을 보고 이 시리즈는 이제 망했구나,하고 좌절했는데 브라이언 싱어 이 아저씨 깍쟁이!!(왜??)

새로 보게 된 미드는 Apartment 23 이라는 미드인데 원제는 Don't trust the b**** in Apartment 23 이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이다. 입사하게 될 회사가 망해서 집도 직장도 순식간에 잃어버린 아가씨가 뉴욕에서 한 B**** 와 함께 생활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시트콤인데, 사실 발군의 캐릭터는 '제임스 반 데 빅'으로 출연하는 '제임스 반 데 빅'이다.
나도 예전에 재미나게 시청했던 그 전설의 드라마 [도슨의 청춘일기]의 '도슨'이었던 제임스는 이 드라마에서 정말 엄청난, 엄청난!!! 나르시시스트다.(조이가 도슨을 버리고 페이시를 택했던 라스트씬에서는 그야말로 멘붕!) 시즌 1 파일럿에서는 그 유명한 bgm이 깔리며 너무 뉘끼하게 등장해서 미친듯이 웃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JVDB 는 도슨's creek 종영후에 어딜가나 자신을 도슨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살았을 것 같다. 아쉽게도 시즌 2를 마감하지 못하고 종영했다고 하는데, 그의 엄청난 캐릭터를 더이상 못본다고 생각하니 좀 안타깝다. 그는 이제서야 굉장히 잘 맞는 옷을 차려 입은 것 같았는데 말이다.

대략 이러한 영화와 미드를 보고 읽은 만화책 [호타루의 빛]
남주인 다카노 부장님이 현실의 누군가와 이러저러한 면이 매우 닮아서(심지어 외모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근데 일본 만화의 라스트씬은 보통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 등등의 후일담 형식으로 끝나는 것을 몇 번 봐서 그런가... 이번에도 그런건 아니겠지 했는데 맞네? 왜 그냥 끝내지 않는 거냐. 근데 단번에 피도 눈물도 없이 끝내버린 [지뢰진]은 너무 아쉬웠다. 이이다 형사는 요 몇년 간 보았던 모든 영화 드라마 만화 통틀어서 가장 섹시하고 쿨한 남자였는데.(근데 지금 구글링해보니 후속작이 나왔다고...)

본 레거시 관람 후 0

일단 혹평을 너무 많이 들어서 기대치는 아주 낮아졌고, 부담없이 봤기에 그야말로 깨알같은 재미를 느끼며 열심히 관람하였다. 레이첼 언니는 처음부터 중반까지 나는 몰라! 모른다고!! 몰라 이놈아!!! 하고 외치다가 결정적 순간에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주셔서 괜한 고마움을 느꼈음.

애런 크로스 역의 제레미는 지금까지 봤던 어떤 비밀 요원보다도 질문이 많았고,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지 고민하는 것 같았고, 숨쉬는 인간 같았고, 말도 참 잘 했다. 중간중간 웃어주기도 하고, 무서워하는 여자를 잘 달래주기도 하고.

다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비밀 요원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아닌가. 능글능글하게 손쉽게 사람을 처리하는 존과 제인 스미스 요원이나, 아무 의문도 죄책감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표적을 제거하는 요원이 아닌 정말 '사람'이라는 느낌의 비밀 요원은 의외로 설득력이 있었다. 스토리의 헐거움이나 액션 씬의 평범함(물론 하는 사람이야 개고생을 했겠지만서도...), 그로 인한 지겨움은 단점이겠으나, 본 시리즈를 수십번 본 단순한 팬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화였다. 제레미 레너 한 명 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상쇄시킬만큼 진짜 좋았다니까 그러네!! ㅋㅋㅋㅋㅋ

이쯤되서 올려보는 그의 아름다운 짤. 우리 모두 찬양하세.

면티만 입혀놔도 이 아름다운 인간을 어쩔 것인가. 제레미는 씬 마다 적절하게 너무 예쁘게 스타일링해서 나오는데 초반의 빨간 아우터도 예쁘고, 가죽 자켓도 이쁘고 그 안에 있는 돈은 더 이쁘고...

뭐 영화평이야 웹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 딱히 감상이랄건 없으나, 본 시리즈 마다 제이슨을 뒤쫓던 강력한 킬러가 이번에는 어떨 것인가 하는 기대감도 무척이나 컸다. 그런데... 먼저 보고 온 언니가 이렇게 알려주는 거다.

"본 레거시 킬러는 빙신같은 놈임"
 
도대체 얼마나 빙신이길래!? 하는 생각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ㅋㅋㅋㅋㅋ
그 동양 배우에게 악감정은 없으나(이렇게 대단한 자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동양인이 작지 않은 배역으로 캐스팅됐다는 건 좋은 소식이긴 하다. 하지만...) 가히 킬러계의 빙신력을 새로이 보여줬다는 평이 아깝지 않은 액션씬이었다. 이건 절대적으로 디렉터의 능력 부족이니 욕먹을 사람은 다름아닌 길로이 감독이겠지. 아니 한번은 좀 같이 싸워줘야지!! 그거 하나 믿고 두시간을 기다렸건만. 그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어서 경찰을 제압하는 씬에 차라리 저 3호를 투입했어야지 말야. 좁은데서 둘이 코피 터지게 막 죽도록 싸우고 이래야 보는 재미가 있지. 이래서야 되겠어요 어디. 그러지 마요 좀.

암튼 영화보다가 너무 황당하게 '가장 진화되었다는' '복종성과 냉철함이 최강이라는' 요원 3호가 어처구니없게 뻘짓하다가 셀프 제거되는 걸 보고 웃다가, 저 언니 카톡 생각나서 빵터지고 같이 관람하던 분도 날 보고 빵 터져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숨죽여 웃었다. 정말 소리 안내고 미친듯이 웃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좀 진정이 됐나 싶으면 다시 빵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구 웃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기억이 없다 웃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발 빨리 끝나라고 빌면서 버텼다 ㅋㅋㅋ

사실 본을 뒤쫓는 요원으로는 1편은 클라이브 오웬(!) 2편은 칼 어번(!)이라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는데(아직 3편의 배우는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 특히나 2편에 나오신 이분이 어찌나 멋있는지 요새는 본의 연인이 야무지게 저격당하는 장면을 자꾸 돌려보고 있다 -_-;

여기서 진짜 무서운데 너무 멋져... 알고보니 러시아 비밀 경찰. 한 장면 한 장면의 포쓰가 대단했다. 그리고 열라 좋은 차를 주로 몰고 다니심. 이 분이 스폰서 홍보 다해주심.

제이슨과 마리가 운전대를 바꿔 잡지 않았다면 제이슨이 죽었겠지, 하고 생각하니 가장 최강의 아즈씨인거다. 우오오 게다가 휴가 기간에는 클럽에서 여러 여자들과 함께 유흥을 즐기는 마력의 남성 ㅋㅋ 키도 큰데다 무시무시하게 뒤쫓아서 너무 막강했다. 이 분은 이렇게 밤톨같은 짧은 머리나 약간 길게 해서 세운 머리가 좋다. 스타 트렉에서 옆 가르마는 정말이지...

아무튼 본 시리즈 다음에도 액션씬 이렇게 미친듯이 웃기게 허무하게 하면 그땐 정말 화낼거야.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본의 테마곡을 들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익숙한 엔딩곡이 아쉬움을 약간 달래줬다고나 할까.  

제발 제발 제발 다음 편에는 제이슨과 애런이 같이 나와주심 ㅠㅜ 내 이렇게 빌겠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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