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GQ보는 여자 24


남성을 위한 잡지이지만 나는 거의 매달 GQ를 사보는 여자다. 처음에 한 번 읽어봐야지, 했던 계기는 이충걸씨가 만드는 잡지라 하여, 어떤 잡지를 만드실까 궁금해서였다. 이충걸님은 예전에 아주 열심히 읽었던 페이퍼 라는 잡지에 매달 글을 기고하셨는데, 매력적인 글이 너무 많았다. 소설가이신줄 알았는데 편집장이시더라. (실제로 몇 권의 책을 출판하신 작가이기도 하다)

지큐에서 이충걸님의 글을 많이 읽을 수 있겠지 ㅋㅎ 하고 샀는데 생각해보니 편집장은 거의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었다!!(이걸 또 책을 사고 나서 알았음;;;) 노트 같은 인사글을 남기시는 정도?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 읽게 된 기사들은, 그러나 재기넘치고 심중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가득한, 유머러스한 기사들이었다. 그 때문에 지큐 기자분들은 한결같이 엄청 재밌을 거라는 환상도 갖게 되었다. 특히 '명함으로 이도 쑤십니다'같은 어처구니없는 유머도 흘러 넘쳤다. ㅋㅋ


나는 남의 눈을 엄청 신경쓰는 소심한 사람이라 지큐를 소중히 사서 어딘가로 가는 도중에는 절대 펼쳐보지 못한다; 왜냐면 여자애가 지큐를 읽는다는걸 좀 민망해하는 성격이라...(물론 여자 독자들도 많다고 알고 있지만) 그 달의 지큐를 사서 방에 콕 박혀 몇 시간 동안 읽고 나면 내가 무언가 더 총명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큐는 남성을 위한 패션 뿐 아니라, 대중 문화 전반, 시사 정치 환경 건축 문학 스포츠 그리고 性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기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무척이나 재미있다. 이렇게 함량높은 글을 낄낄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니, 누가 잡지 기사가 재미없다고 하겠는가.

게다가 지큐에는 요새 한국 남성복 컬렉션을 장악하고 있는 '기집애같은' 모델들이 지면을 장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건강한 몸과 단정한 외모의 남자 모델들이 깔끔한 수트를 입고 준수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 좋지 않을 리가 없다 ㅋㅋ 그야말로 진짜 남자!들이 가득하다. 아주 흐믓하다.

공공연하게 공짜를 바라는 거지 근성의 연예인들과는 정중하게 작업을 거절한다는 뉘앙스의 글도, 동방신기와 샤이니의 속마음을 드러냈던 기사도(동방신기가 지큐와 인터뷰를 하다니!! 기자님들도 뭔가 특별한 기분이셨던 듯 ㅋㅋ) 연아 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조목조목 설명했던 기사와 아름다운 사진도, 충남집 할머니 쑥국의 진미를 묘사한 글도, 언젠가 우리집 강아지를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에세이도, 지큐의 기사를 비판한 독자 엽서를 실었던 페이지도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12월호에서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들과 그런 모델을 마치 모델의 전형인양 제시하는 매스컴을 통쾌히 비판한 강지영 기자님, 너무 멋졌다(이 기사는 요기서 읽을 수 있음) 이번달은 올해의 소년, 소녀들을 비롯한 '올해의 뿅뿅' 이라는 깨알같은 기사도 있다 ㅋㅋ 특히 올해의 딸들 부문에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선수들을 선정하셨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주제의 유쾌한 기사를 잔뜩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포스팅 끝.

** 원빈 표지의 지큐 이미지를 올린 이유는, 당시 원빈이 지큐 코리아 최초의 동양인 표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외국 라이센스 잡지지만 발행되는 나라의 모델을 쭉 쓰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원빈 덕에 가끔씩 박지성 추신수 등 동양인 표지 모델을 볼 수 있는 듯(얼마전엔 송승헌이 표지 장식) 그러나 나는 애석하게도 원빈이 표지 모델로 섰던 지큐를 사지 못했다 ㅠ 그때 너무 바빴는지 까먹고 넘어갔다가, 직장 근처 커피빈에서 과월호를 발견하고 애끓는 심정이 됨. 이거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

*** GQ가 Gentlemen's Quality 인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Quarterly 였다. 1년에 4번 발행하는 계간지 라는 뜻. 아마 창간 당시에는 계간지여서 그랬나보다.

덧글

  • 샤베트 2010/12/06 18:52 #

    맥심과 에스콰이어도 함께 곁들어 보시면 잼이납니다. ^_^
  • 미카 2010/12/07 02:02 #

    에스콰이어 에디터님이 쓰신 책도 사서 읽어봤어요 ㅎㅎ
    근데 맥심이랑 에스콰이어는 너무 남성용이라...;; 아직은 좀 어려울 것 같네요 ㅋㅋ
  • GATO 2010/12/07 04:35 #

    보그걸을 구독해 보고픈 1人 (.....)
  • 미카 2010/12/07 16:42 #

    저는 보그걸보다는 보그가 더 재밌더라구요 ^^
  • an unlovable girl 2010/12/07 10:28 #

    전 맥심..보는 여자-_-;;
  • 미카 2010/12/07 16:36 #

    맥심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어여쁜 여자들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ㅋㅋ
  • an unlovable girl 2010/12/07 17:30 #

    고급이 아니라 B급 개그와 정보를 지향하는 잡지랍니다
    엄청 재미있던데 남자들은 군대에서나 보는거라면서
    평가절하하더군요 흥 ㅋ
  • 미카 2010/12/07 17:42 #

    B급 개그라고 하니 끌리네요 ㅋㅋ 마음의 소리 같은 건가요? ㅋㅋㅋ
    제대한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어요...
  • 와일드체리 2010/12/07 11:20 #

    전 쎄씨..보는 남자-_-;;
  • 미카 2010/12/07 16:3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댓글 중 최강이십니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쎄씨는 아직도 출판 중이군요!! ㅋㅋ
  • 2010/12/07 13: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카 2010/12/07 16:38 #

    저는 인터넷 샘플 기사가 있는 줄 이번에 알았어요.
    인터넷 서비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까 있더라구요!! ㅎㅎ
    맥심도 재밌나 봅니다. 속속 맥심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있네요.
  • 미운오리 2010/12/07 14:1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심보는여자 쎄시보는남자 대박............ 멋져요! 저도 지큐보는 여자가 되어봐야겠어요 디카프리오 표지에 혹해 에스콰이어 한번 사본적은 있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카 2010/12/07 16:39 #

    지큐 표지모델들 다들 뻐렁치는 분들이십니다 ㅋㅋ 저는 2년 전인가 히스 레저 표지보고 침 흘리며 샀어요.
  • 위니더푸 2010/12/07 14:14 #

    전 3년째 GQ 구독중인 여자입니다. 읽을거리 많아서 정말 좋아요~
    가끔 같이 보는 남편에게 지름신이 온다는게 큰 흠이지만요..-_-;;
  • 미카 2010/12/07 16:40 #

    ㅎㅎ 남자분들도 잡지보면 지름신이 오는군요!
    근데 지큐에서 추천해주는 아이템 대부분은 좀 고가라...;
    진짜 기사 엄청 많고 다 깨알같이 재밌어요 ㅎㅎ
  • lprins 2010/12/07 14:52 # 삭제

    예전에 좀 봤었는데..
    간혹 생각은 나긴 하더라구요ㅎ
    조만간 한권사서 다시 GQ의 세계로 들어가 봐야겠네요ㅋ
    그나저나 여성분들도 꾀 보시나보군요..ㅎ
  • 미카 2010/12/07 16:41 #

    근데 제 주변에는 없어요 ㅎㅎ 저만 읽어요;
    그래도 애독자 엽서 등을 보면 여자분들 이름이 왕왕 보이더라구요.
  • 원두 2010/12/07 16:07 #

    이글루스에도 "좋아요" 버튼이 있다면 꾹 눌렀을겁니다.
    물론 맥심보는 여자와 쎄씨보는 남자께도.
  • 미카 2010/12/07 16:43 #

    쎄씨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ㅋㅋ
  • 스토리작가tory 2010/12/08 00:17 #

    아레나는 어떤가요..?
  • 미카 2010/12/08 03:03 #

    아레나는 읽은 적이 없지만;; 아마도 지큐랑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데요^^;;
  • 2014/06/15 08:2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18 13: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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